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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 ‘어린이’라고 쓰고 ‘희망’이라고 읽는다

그 많던 아이들이 다 어디 갔을까. 그 시절엔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딜 가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새들의 합창 같았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쳐 부를 때까지 해가 저물도록 뛰어노는 아이들로 골목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더구나 겨울방학이다! 방학식을 마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음박질치는 이 아이들의 해방된 장난기가 곧 온 동네를 활기차게 휘저을 것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가정에 아이들 네댓 명은 보통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사오십 년, 혼자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라는 다정한 호칭은 무용해졌다. 아울러 과꽃이 피면 유난히 과꽃을 좋아하던 시집간 누나를 그리워하고, 뜸북새 울면 서울 가서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던 오빠를 간절하게 기다린다는 ‘과꽃’이나 ‘오빠 생각’ 같은 동요는 아주 오래전의 정서가 되었다. “둘만 낳자”가 “하나만”으로 바뀌고 농담처럼 “한 집 걸러 하나씩”이 회자 되더니 급기야 학교도 동네 골목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출산의 서슬에 화들짝 놀라 “동생 낳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엄청난 반전이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비록 고난 속에서라도 꿈을 이루려고 애쓰는 자체가 자연스러운 삶인데, 우리가 편의적인 잣대로 너무 성급하게 다음 세대를 재단해버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뒤집힌 정책이 과거 우리의 결정이 얼마나 앞을 내다보지 못했는가를 말해준다. 어린이가 희망인 이유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학교도 사라지고 교사도 사라지고 꿈이 사라진다. 한겨울 추위에 가방도 없이 책보를 끼고 다녀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던 아이들. 지금 사진 속 이 아이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때 길 위에서 만난 거침없고 해맑던 아이들을 소환해본다. 김녕만 / 사진가사진의 기억 어린이 희망 동네 골목 오빠 생각 언니 오빠

2024-01-28

[독자 마당] 독서의 즐거움

나는 한글을 일찍 깨우쳤다고 한다. 해방 후, 초등학교 2, 3학년이던 언니 오빠가 한글을 배우기 위해 벽에 붙여 놓은 가나다라 표와 구구단을 한글로 읽는 것을 듣고 따라 했다고 한다. 덕분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글자를 깨우친 나는 글자만 보면 이것 저것 읽기 시작했다.     언니 오빠의 교과서는 물론 신문도 보았다. 한자가 너무 많아 한글만 건너 띄어 읽으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자 읽고 쓰는 공부가 너무 즐거웠다. 국어책은 거의 외울 정도로 큰 소리로 자주 읽었다. 3학년 때 6.25가 났고 수복 후 5학년이 된 나는 그때 새로 나온 동화책이나 아동 월간지를 많이 읽었다.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월급으로 6남매에게 그런 과외의 책을 사주기가 힘이 드셨을 것이다. 공부하라고 전과나 수련장 정도만 사주실 뿐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 친구가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라는 새로 나온 책을 가지고 왔다. 학교에서만 빌려 보기로 하고 시간만 나면 보았지만 다 읽지 못했다. 너무 재미가 있어 차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학교가 끝나자마자 가방에 넣고 집으로 왔다.     아무도 모르게 다락으로 올라가서 보고 있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석양 빛이 환하게 비치는 다락에서 나는 숨 죽여 책을 보고 친구는 다락 밑 쪽마루에 앉아 기다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처럼 80이 되었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가끔 책방에 들러 신문에서 소개한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구해 온다. 요즘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때 시간 보내기 가장 좋은 것은 책읽기인 것 같다. 새벽에 도착하는 신문 읽기부터 시작해 하루에도 여러 시간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는다.     책은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오랜 친구인 것 같다. 오늘도 책을 읽는다.  정현숙·LA독자 마당 독서 시간 돋보기 언니 오빠 시간 보내기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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